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하던 방법과 원리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노래를 검색하면 바로 들을 수 있다. 음악을 저장하고 싶다면 재생목록에 추가하면 되고, 다른 사람에게 노래를 소개할 때도 링크 하나만 보내면 된다.
하지만 카세트테이프가 널리 사용되던 시절에는 음악 한 곡을 소장하는 과정도 지금보다 훨씬 복잡했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녹음 버튼을 눌러야 했고, 다른 테이프의 음악을 복사하려면 두 개의 카세트 데크가 필요했다.
직접 노래의 순서를 정하고 녹음한 테이프는 단순한 저장 매체가 아니었다. 한 곡씩 시간을 들여 완성한 개인 재생목록이자,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기도 했다.
카세트테이프는 어떻게 소리를 저장했을까
카세트테이프의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는 얇고 긴 자기테이프가 두 개의 릴에 감겨 있다. 이 테이프의 표면에는 자성을 띠는 아주 작은 물질이 입혀져 있다.
녹음 버튼을 누르면 녹음기의 헤드가 전기신호로 변환된 소리 정보를 자기테이프에 기록한다. 마이크로 들어온 목소리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전기신호로 바뀌고, 그 신호에 따라 테이프 표면의 자기 상태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녹음된 테이프를 재생하면 재생 헤드가 테이프에 기록된 자기 변화를 읽는다. 이렇게 읽은 신호가 증폭기와 스피커를 거쳐 다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뀐다.
카세트테이프에 저장된 소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테이프의 표면에는 음악과 목소리에 해당하는 정보가 자기 신호의 형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라디오 음악을 녹음하던 방법
가장 흔한 녹음 방법은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공테이프에 저장하는 것이었다.
먼저 카세트 녹음기에 공테이프를 넣고 녹음하고 싶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다. 좋아하는 노래가 시작될 것 같으면 녹음 버튼과 재생 버튼을 함께 눌렀다. 기기에 따라서는 녹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동하기도 했다.
문제는 노래가 언제 나올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방송 순서를 미리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라디오 앞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노래의 첫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진행자의 소개 멘트부터 녹음되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기 전에 진행자가 말을 시작하면 마지막 부분에 목소리가 겹쳤다. 완벽하게 녹음하려면 좋은 노래가 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과 약간의 운이 필요했다.
가족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방문을 여는 소리가 녹음될까 봐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을 가진 사람도 많다. 라디오와 녹음기가 분리된 기기에서는 주변 소리가 함께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테이프의 음악을 복사하는 더블데크
라디오 녹음 외에도 이미 가지고 있던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을 다른 공테이프에 복사할 수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를 두 개 넣을 수 있는 더블데크 오디오에서는 한쪽에 원본 테이프를 넣고 다른 쪽에 공테이프를 넣었다. 원본을 재생하면서 동시에 공테이프 쪽의 녹음 기능을 작동하면 음악이 복사됐다.
일반 속도로 녹음하면 원본 음악의 재생시간만큼 기다려야 했다. 60분짜리 테이프를 복사하려면 실제로 60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일부 오디오에는 고속 복사 기능이 있어 더 빠르게 녹음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기의 상태나 테이프 품질에 따라 잡음이 늘거나 음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장의 테이프에서 좋아하는 노래만 골라 하나의 테이프에 모으려면 곡이 끝날 때마다 테이프를 바꾸고 녹음 버튼을 다시 눌러야 했다. 지금의 재생목록처럼 버튼 몇 번으로 순서를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60분용과 90분용 테이프의 차이
카세트테이프에는 주로 60분용과 90분용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60분용 테이프는 A면과 B면에 각각 약 30분씩, 90분용은 각각 약 45분씩 녹음할 수 있었다.
테이프 한쪽 면의 재생이 끝나면 꺼내서 뒤집어 다시 넣어야 했다. 자동으로 반대쪽 면을 재생하는 오토리버스 기능이 있는 기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기기는 사람이 직접 방향을 바꿔야 했다.
녹음할 음악의 전체 길이도 미리 계산해야 했다. 테이프의 남은 시간이 부족하면 마지막 노래가 중간에서 끊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의 길이를 확인하고 A면과 B면에 어떤 곡을 배치할지 정하는 일도 테이프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였다. 남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짧은 곡을 마지막에 넣거나, 곡의 순서를 여러 번 바꾸기도 했다.
실수로 녹음한 내용을 지우지 않는 방법
카세트테이프 윗부분에는 작은 플라스틱 탭이 있었다. 이 탭은 중요한 녹음 내용을 실수로 지우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였다.
녹음을 마친 뒤 탭을 떼어내면 녹음기의 버튼이 눌리지 않아 새로운 내용을 덮어쓸 수 없었다. 이미 녹음된 음악이나 소중한 목소리를 보존할 때 유용한 기능이었다.
다시 녹음하고 싶을 때는 탭이 있던 자리를 접착테이프로 막았다. 그러면 녹음기는 탭이 있는 테이프로 인식해 다시 녹음할 수 있었다.
간단한 구조였지만 중요한 기록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컴퓨터 파일의 쓰기 방지 기능과 비슷한 역할을 기계적인 장치로 해결한 셈이다.
테이프가 늘어지거나 엉키는 문제
카세트테이프는 오래 사용하면 소리가 늘어지거나 음정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있었다. 자기테이프가 느슨해지거나 기기의 회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음악이 느리거나 빠르게 들리기도 했다.
테이프가 기기 안에서 엉키는 일도 흔했다.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 테이프를 꺼내 보면, 갈색 자기테이프가 기기 안에 길게 풀려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 테이프를 세게 잡아당기면 끊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빼내야 했다. 풀어진 테이프는 카세트의 톱니 모양 구멍에 연필이나 볼펜을 끼워 천천히 돌리며 다시 감았다.
테이프가 심하게 구겨지거나 끊어지면 소리가 손상됐다. 끊어진 부분을 접착테이프로 이어서 다시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연결된 부분에서는 음악이 끊기거나 잡음이 들릴 수밖에 없었다.
직접 만든 테이프가 특별했던 이유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만든 카세트테이프는 지금의 음악 재생목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미를 지녔다.
테이프에는 저장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아무 노래나 무한정 담을 수 없었다. 어떤 노래를 넣을지 고르고, 곡의 순서를 정하고, A면과 B면의 시간을 맞춰야 했다.
테이프 케이스에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손으로 적기도 했다. 글씨를 예쁘게 쓰거나 그림과 스티커로 표지를 꾸미면 세상에 하나뿐인 음악 선물이 됐다.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직접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취향을 함께 전하는 일이었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고른 노래와 그 순서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다.
디지털 음악과 달랐던 기다림의 시간
디지털 음악은 검색과 동시에 재생할 수 있고 음질도 반복해서 듣는다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반면 카세트테이프는 녹음과 재생을 반복할수록 음질이 조금씩 떨어졌고, 원하는 노래를 찾으려면 빨리감기와 되감기를 해야 했다.
불편한 점은 많았지만 음악을 기다리는 시간과 직접 녹음하는 과정이 있었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을 때의 반가움과 녹음 버튼을 제때 눌렀을 때의 만족감도 컸다.
카세트테이프는 단순히 음악을 저장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음악 한 곡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순서를 고민하고, 누군가를 생각하며 정성을 들이던 생활문화의 일부였다.
지금은 같은 노래를 훨씬 편리하고 깨끗한 음질로 들을 수 있지만, 직접 만든 카세트테이프에 담겼던 시간과 마음까지 똑같이 재현하기는 어렵다.
다음 글에서는 카세트테이프가 느슨해졌을 때 사람들이 연필로 테이프를 감았던 이유와 그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